새벽에 문을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가이드분이 투어 안갈거냐고 깨우는 듯 한데 내가 어제 미리 투어 신청을 한 것이 아니었기에 오늘은 투어를 하지 않고 주변이나 돌아보기로 했다.
아침 식사시간이 07:30으로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숙소의 언덕길을 걸어내려가 주변을 살펴보기로 했다.
먼저 숙소 문을 열면 인공적으로 꾸며진 작은 연못이 나온다. 몇몇 수생식물과 그 꽃들이 피어있는 곳이고 밤에는 개구리 한마리가 밤새 울어대는 곳이기도 하다.
숙소는 언덕 위에 위치한 관계로 도로까지 가기 위해서는 언덕을 내려가야 한다. 언덕길 주변으로 보이는 풍경은 파란하늘, 야자수, 붉은 꽃 그리고 그 사이를 날아다니는 수 많은 새들. 아침에 벌레를 잡으려 나왔는지 마실을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이 나무 저 나무 옮겨다니며 마구 지저귀는 새들을 한참이나 바라 보았다.
언덕을 내려와 길을 걷다보니 여기저기 개들이 보였다. 지역에 따라서 사람의 모습과 피부색이 다르듯이 개들의 모습도 어딘지 낯선 모습니다. 우리나라 시골에서 볼 수 있는 시고르자브종의 형태와는 다른 모습의 개들. 전체적으로 뾰죽뾰죽하고 길쭉길쭉한 느낌과 더운 지방이라서인지 대부분 털이 짧은 개들이 멀리서 짖는 모습에서 낯선이에 대한 경계와 두려움이 함께 느껴진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눈을 보면 감정이 담겨있다. 맹견의 경우에는 뭔가 공격성과 살기가 느껴지고 일반적인 개들의 경우에는 낯선이에 대한 경계와 두려움이 드러난다. 순한 개들은 다가가면 자기들도 일정부분 거리를 두면서 짖어 대거나 다가가면 맹렬히 짖어대는것이 아니라 뭔가 조심스럽게 잦아드는 소리로 짖는다.
술라웨시섬 북동쪽 끝에 있는 자리잡은 마을의 집들은 모여있기보다는 한 집이 나타나고 한참을 걸어가야 또 하나의 집이 나온다. 지나가며 눈이 마주치는 주민들과는 인사를 나누는데 중국인이냐고 물어온다.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뱀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뱀을 구경하라는 것은 아닐테고 보신용 뱀 이야기를 하나보다. 멋쩍은 웃음을 남기고 걸음을 재촉하는데 한편으로는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중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이분들에게는 보신용 관광을 하는 사람들로 인식이 되나보다. 요즘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보신 관광을 즐기는 이들이 많이 줄어든 것 같지만 한번 사람들의 머리에 박힌 이미지를 걷어내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숙소 주변 나들이를 마치고 아침을 먹기 위해 숙소로 향했다. 방에 들어가 카메라를 내려두고 계단을 올라 공용식당으로 향했다. 이미 서양인 중년 부부 한쌍과 서양인 젊은 남녀 한쌍이 아침을 먹고 있었다. 아나는 반갑게 맞으며 어제 저녁은 왜 안먹으러왔냐고 물어온다. 너무 피곤해서 못 왔다고 하며 아침을 먹었다.
아침은 간단한 편이다. 핫케익이나 토스트와 계란 요리와 약간의 과일이 전부이지만 주인은 언제나 계란 프라이를 내오더라도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닌 갓 조리 된 따뜻한 음식을 내어온다.
숙소 예약 사이트에서 후기를 대부분 읽어 본 후예약을 하는 편인데 이 숙소에 많이 남겨진 후기 중의 하나가 주인장인 아나의 요리실력이 최고라는 이야기를 많이 봤기에 나름 기대를 했는데 조식으로 나온 핫케익과 프라이만으로 주인장의 요리실력을 평가하기는 좀 싱거운 감이 있어 기대감을 잠시 접어두었다.
간단한 아침을 먹고 눈을 돌려 보니 식당 바닥 한켠에 엎드려 있는 순하디순하게 생긴 멍뭉이 한마리가 보였다. 아나는 그의 이름이 '히로'라고 알려주었다. 어떤 낯선 사람이 와도 짖지 않고, 식탁이나 손님에게 다가가지도 않고 그냥 순딩순딩한 히로의 모습은 이곳에 너무나 어울리는 개였던 것 같다.
이날은 오전에는 침대에서 딩굴딩굴 대던 날이었다. 침대에 엎드려 스마트폰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짧게 수첩에 여행 기록을 남기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사이에 점심 시간. 또 다시 계단을 올라 식당으로 올라갔다. 다른 손님들은 다들 투어를 떠난 것인지 나만 식당에 덩그러니 앉아 점심을 청했다.
점심으로는 치킨카레, 야채 튀김 그리고 밥이 나왔다. 치킨카레의 경우 살짝 짠듯하고 카레향이 한국에서 늘상 먹었던 카레향보다는 좀 더 강하고 이것저것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맛이었지만 처음의 거부감이 곧 사라질 정도로 낯설지만 괜찮은 맛이었다.
점심을 먹고나니 2시가 가까운 시간이다. 이 시간 온도는 33-34℃ 정도 되기에 외부 활동을 하기에는 힘들기에 낮잠을 자고나서 바다까지 걸어나가 보기로 했다.
구글맵상으로 바다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라고 하였으니 천천히 걸어가 볼 만한 거리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일부터 이틀간은 탕코코 야생 투어를 할 계획이기에 오늘처럼 한가한 날이 아니면 바다가를 갈 기회는 없을 것 같았다.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지만 차량의 왕래가 빈번한 곳이 아니기에 그렇게 위험하게 여겨지지 않은 길을 따라 걷다보니 마주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미소를 보내주거나 할로를 외친다.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공통으로 대도시보다는 시골스러운 곳으로 가면 미소 띈 얼굴로 인사를 많이 주고 받는 것 같다. 하긴 대도시는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대하니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는 것이 번거러울 것 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여하튼 길에서 마주치는 낯선이의 미소는 기분을 좋게 한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경우에 따라 한참을 따라오며 할로를 외치기도 하는 관계로 귀에 꽂았던 이어폰을 빼고 그들이 건네는 인사에 애써 반응하기도 했다.
숙소에서 나와 15분 정도 걸었을까? 혼빌이 그려진 벽화를 보니 여기가 탕코코 국립공원 입구인 듯 했다. 국립공원치고는 뭔가 허술해 보이고 주변에 그럴싸하게 보이는 숙소나 관광객을 위한 시설들이 안보이기는 했지만 어쩌면 이런 점이 오히려 공원을 조금이라도 잘 보존하는 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탕코코 공원 주변에는 학교로 보이는 건물도 보였다. 수업이 이미 끝났는지 아이들의 흔적은 없었지만 입구에 그려진 그림만으로도 이곳이 학교겠구나 하는 느낌적인 느낌
이곳에서 5분 남짓 걸으면 양쪽으로 집들이 들어서 있는 길을 만나게 된다. 골목길 느낌의 길인데 이 길의 끝에 바다가 있다.
길의 끝에 다다르니 누군가 세워놓은 오토바이 너머로 바다가 보인다. 바다가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니....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바다에 닿아 탕코코 국립공원이 있는 관계로 검둥이원숭이 중 일부는 바다까지 내려와 물도 마시고 해변 위를 뛰어다니기도 한다.
사실 술라웨시섬의 마나도라는 곳에는 부나켄이라는 세계적인 해양공원이 있다. 이곳에는 다이버들도 많이 오는 것으로 아는데 워낙 유명한 해양공원에서 좀 떨어진 해변이다보니 관광객들에게 주목을 받지 못하는 해변인 듯 현지인 몇명을 제외한 관광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바다를 좋아해서 어느 관광지를 가더라도 주변 바다는 최대한 가보려고 노력하는 나에게는 너무나 훌륭한 바다였고 해변이다.
시간이 넉넉했다면 파도 소리도 듣고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냈겠지만 어느덧 5시에 가까운 시간이 되어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곳의 일몰시간을 보니 오후 5시 30 정도인데 도로 주변이 숲으로 둘러싸이다보니 일몰시간보다 빨리 주변이 어두워지고, 어두워진 상태에서 차도를 걸어갈 경우 안전이 보장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알파마트(인도네시아에서 많이 보는 편의점)에 들러 좋아하는 콜라와 몇 가지 상품을 골랐다. 그 와중에서도 눈에 띈 한국라면들....
이곳에는 한국 관광객들은 거의 오지 않는 곳이라고 들었다. 숙소에서 투어를 담당하는 가이드에게 물으니 지금까지 한국인은 내가 두번째 온 것이라고 했다. 물론 주변에 숙소가 여러 곳이 있기에 이곳을 방문한 한국인은 더 많을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절대적인 수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서는 비율이 크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트에 진열 된 라면들은 한국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국라면의 매운 맛에 길들여진 현지인 혹은 세계인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라면의 경우 가격도 다른 제품과 비교하여 비싼 편이지만 이 가격으로 판매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맛에 자신있다는 것일테지.
내가 고른 상품들.
콜라 300ml 2병 / 초코칲 쿠키 / 포키 / 컵라면 1개 / 초코바 한개 / 비누 한개
가격은 53,600IDR로 한화로 대략 4,500 정도이다. 인도네시아 루피아의 경우 대략 계산하기 편하게 0 하나 빼면 된다고 하지만 정확하게 따지자면 1:10이 아니라 1:8정도이다. 인도네시아 물가가 한국에 비해서 2/3정도 수준 아닐까?
그런데 이 가격이라는게 동일상품으로 비교를 하면 정확한 물가가 비교되겠지만 콜라를 제외하고는 한국의 재품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애매한 점이 있다. 포키의 경우에도 한국 제품과는 좀 다른 맛이라고 해야 하나.... 각 나라마다 선호하는 맛의 기준이 달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한국인 입장에서는 한국 과자들이 참 맛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와서 처음으로 마트에서 트레블월렛 카드로 결제를 해 보았다. 잘 된다. GOOD !!! 여행자용으로 특화되어 만들어진 트레블월렛, 트레블로그 카드 환전부터 시작해서 너무 편리한 것 같다. 진짜 신세계다.
숙소에 돌아와 콜라를 마셨다. 방에 별도의 냉장고가 없기 때문에 오래두면 따뜻한 콜라를 먹게 될 것 같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더운 날씨에 두시간 가량 외부에 있느라 땀을 많이 흘린 탓인지 별다른 거부감없이 콜라 두병이 몸 속으로 들어갔다.
잠시 쉬다 다시 저녁 먹으러 공용식당으로 go.
저녁 식사는 야채스프부터 시작되었다. 배추, 당근, 파, 얇게 저민 소고기가 들어간 스프는 맛이 있었고 왜 숙소 후기에 음식에 대한 칭찬 글이 많았는지를 비로소 알게되는 계기가 되었다. 여행 할 때 거치는 호텔등에서 제공되는 식사의 경우 미리 만들어진 것을 제공하는데 이곳은 숙소 손님이 식당에 도착하면 요리를 시작해서 내어온다.
물론 때로는 식사를 기다리는 시간이 20분 정도 지체되기도 하지만 여행가서 크게 바쁠 일도 없기에 식당 의자에 앉아 식당 주변의 경치를 구경하거나 스마트폰을 하면 되었다.
그리고 메인요리로 나온 것은 볶음면, 밥, 돼지고기 볶음, 야채볶음 (숙주나물과 몇 가지 야채)
처음 숙소에 도착했을 때 방을 안내하고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눌 때 돼지고기를 먹냐고 물어봤는데 , 서양인들의 경우에는 채식주의자들도 있고 또 인도네시아가 이슬람 문화가 있는 곳이다보니 돼지고기 식용여부를 물어 왔던 것 같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기독교(7%), 힌두교(2%), 이슬람(87%), 불교(1%) 등 다양한 종교가 혼재되어 지역마다 각기다른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데 술라웨시섬 마나도의 경우에는 기독교가 제법 많은 편이고, 발리의 경우에는 힌두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현재도 힌두교인들이 많고 족자나 자카르타 같은 곳은 이슬람의 영향이 좀 더 큰편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이슬람 인구가 많은 족자나 자카르타 호텔에서는 호텔 조식에 돼지고기보다는 생선, 닭 요리등이 주로 나오고 힌두교가 주로 있는 발리에서는 식당에서 돼지고기 요리를 맛 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저녁으로 제공 된 요리의 양도 꽤 많은데 음식을 남기면 죄 받는다는 가스라이팅을 어렸을 때부터 당한 관계로 집에서건 식당에서건 음식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다 비우는 편인지라 나온 양을 다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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