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경에 일어나 간단하게 씻고 30분 경에 식당에 올라가 토스트 몇 조각과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오전투어 준비를 했다. 가방에 카메라와 캠코더를 챙기고 오전 4시간 동안 공원내를 누비며 동물을 찾아다녀야 하기에 물도 한병 챙겨넣었다. 그리고 온 몸에 모기기피제를 바르는 것으로 준비를 끝마쳤다.
방문 유리창 밖으로 가이드 Sakar(Sakar Tinungki)가 보였다. 그는 항상 투어 시작 20-30분 전에는 도착하여 투어에 타고 갈 차량을 점검하고 투어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사람이었다. 약속한 시간 10분 전에 내가 투어를 위해 방문을 나섰고 나를 본 그가 다른 참가자 두명이 더 있으니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였다.
시간이 되어도 나오지 않자 그들의 숙소에 가서 서양인 젊은 남녀 두명을 데리고 나왔다. 나중에 알고보니 스위스에서 인도네시아로 3주간 여행을 왔고 탕코코 투어를 마치고 내일이면 스위스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탕코코를 향해 출발을 하였고 5분 남짓한 거리를 달려 탕코코 공원 입구에 도착을 했다. 입장료 100,000IDR은 오전 투어를 마치고 나가는 길에 내기로 했다. 한번 입장료를 내면 오전과 오후 입장이 가능한 듯 했다.
탕코코 공원 입구는 이곳이 국립공원이 맞나 할 정도로 빈약한 시설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탕코코의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인지 아니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의 수가 얼마되지 않아 굳이 비용을 들여 시설을 투자할 필요가 없어서인지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어쟀든 내가 다녀 본 곳 중에서는 가장 허름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자연친화적인 곳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입장하려면 반드시 가이드를 동반해야 한다. 대부분 숙박을 하는 숙소에 투어 가이드가 있기 때문에 상관이 없지만 당일로 이곳을 오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입구에서 가이드를 대동하고 입장을 해야 한다. 당일로 여행하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 봤는데 마나도나 부나켄에서 주로 머무는 경우에 차로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이기에 숙박없이 당일 투어도 가능하다고 생각되어진다.
단, 동물들의 경우 일출 즈음부터 1-2시간 활발하게 움직이다가 햇볓이 뜨거워지기 시작하면 동물들도 나무 그늘로 숨거나 잠을 자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마나도나 부나켄에서 오는 경우에는 동물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이 지났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우리가 오전투어를 마치고 공원을 나설 때쯤인 10시경에 투어를 위해 이곳에 들어오는 나홀로 관광객도 있었지만 이분의 경우 원하는 동물을 충분히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날씨가 더위지기 시작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매표소를 지나 차로 몇 분을 더 달리면 나타나는 현장관리소(?) 그리고 주차장. 이곳에 차를 주차하고 본격적인 투어가 시작된다.
열대우림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다 어느지점에 이르면 길인지 아닌지 분간이 되지 않는 숲속으로 들어가서 가야한다. 잡목이나 풀들이 생각보다는 없는 관계로 투어에 가이드를 쫓아 길을 오가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다. 단지 중간중간 오르막이나 내리막이 있고 덩굴식물이나 나무 그루터기 등이 있어 발에 밟히거나 걸리기도 하기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가이드는 우리보다 조금 앞서가며 연신 나무 위나 주변을 살피기도 하고 잠시 멈추어서서 어딘가를 주시하기도 하고 또 귀를 기울여 동물들의 움직임을 포착하려 하였다.
이날 숲의 앞쪽에서 주로 본 것은 새였다. 이곳에는 여러 종류의 킹피셔(물총새), 올빼미, 독수리, 코뿔새 등 다양한 새들이 서식하고 있다. 아열대 지방에 새들답게 몸의 색상이 화려하기도 하고 한국에서는 동물원이 아니면 좀처럼 보기 힘든 새들도 있기 때문에 이들을 보는 것 역시 하나의 즐거움이다.
그리고 전세계에서 이곳에만 사는 유일한 종인 검둥이 원숭이를 보기 위해서 이곳을 찾기도 하지만 검둥이원숭이 이외에도 쿠스쿠스(Cuscus)나 안경원숭이( Tarsier )도 살고 있다. 탕코코 국립공원에는 200여종의 포유류가 살고 있다고 하는데 이 공원을 방문하는 방문객들의 경우 앞서 말한 이 세가지 종에 대한 관심이 크고 이들을 관찰하기 위해 오전, 오후 투어의 대부분의 시간이 할애된다고 보면 된다. 이틀간 이 세 종류의 동물들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이들의 서식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곳에 가서 그들의 모습을 잠시 관찰하고 온다고나 할까?
쿠스쿠스(Cuscus)는 캥거루목인 유대류이다. 캥거루에서 알 수 있듯이 유대류의 특징은 아직 미숙한 새끼를 낳아 육아낭에서 키우는 것이다. 술라웨시에 서식하는 쿠스쿠스도 곰쿠스쿠스, 난장이 쿠스쿠스 등 몇가지 종류가 있다고 하는데 내가 본 것은 곰쿠스쿠스이다.
운 좋게 새끼와 어미와 함께 있는 모습도 보았는데 새끼가 많이 성장을 하여 어미와 함께 나무에서 또 다른 나무로 건너는 모습이었다. 이 모습은 가이드가 아닌 함께 투어를 했던 스위스 커플이 발견하여 함께 본 것인데 어찌보면 꽤 운 좋게 그 장면을 보게 된 것 같다.
검둥이 원숭이( Celebes crested macaque )는 마치 잇몸을 드러내고 활짝 웃는 것(실제로 그 표정은 호의적이라기 보다는 위협의 표현)과 같은 특유의 얼굴 표정으로 해외토픽에 종종 오르내리는 원숭이다. 원숭이가 스스로 찍은 셀카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고 또 그 이후에는 이 사진의 저작권 소유 문제로 한동안 세상의 관심을 받기도 했던 검둥이 원숭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술레웨시섬에서만 검둥이 원숭이가 존재하는데 대략 4,000~6,000마리 정도가 섬에 서식한다고 한다. 몸 길이는 44-60cm, 몸무게는 3.6~10.4kg 정도로 거의 흔적만 남아있는 짧은 꼬리가 특징이다. 인터넷상에서는 소규모 무리의 경우 5마리 정도에서 25마리 정도까지이고 큰 무리는 75마리 정도로 구성되어 있는 무리도 있다고 하는데 또 다른 자료를 보면 30-50마리 정도가 통상적인 무리의 크기라고 한다.
대장 역할을 하는 수컷 한마리가 여러마리의 암컷과 새끼들을 거느린다고 하는데 내가 탕코코 공원에서 본 그룹은 2개의 무리였고 대략 30마리 정도였던 것 같다.
아래 사진은 투어 둘째날 사진이기는 하지만 검둥이 원숭이들이 해변에서 물을 마시는 모습이다. 자연스레 드러나는 엉덩이에는 꼬리가 거의 없는 이들의 특징이 드러난다.
첫째날 오전 투어에서 검둥이원숭이, 쿠스쿠스 이외에도 기억에 남는 동물은 코뿔새 (Knobbed hornbill)였다. 검둥이 원숭이를 본 이후 가이드는 우리를 어떤 지점으로 인도해서 갔는데 그곳에는 이미 4-5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가이드는 우리에게 무성하게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는 나무들 속에서 특정 나무의 중간에 동그랗게 뚫려있는 구멍을 가리키며 코뿔새의 둥지라고 알려주었다.
둥지가 있는 높이는 대략 지상에서 10-15m 정도 되지 않았을까?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나무에 휑하게 뚫린 구멍만 쳐다보며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나니 육안으로는 구분이 안되지만 망원경이나 줌으로 당긴 카메라에는 코뿔새의 부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새끼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열대우림을 날아다녔을 어미, 아비 코뿔새를 기다리다 둥지 밖으로 고개를 내민 듯 했다.
삼각대없이 찍느라 화면이 요동을 쳤지만 그래도 새끼 코뿔새에게 먹이를 먹이는 코뿔새들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검둥이 원숭이만 제대로 보고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술라웨시 여행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귀한 장면을 볼 수 있어서 너무나 기뻤다.
이렇게 오전 투어는 끝이났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가다 매표소에서 100,000IDR을 지불하고 입장권을 받았다.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쉬다가 점심을 먹었다. 구운 닭에 양념을 입혀서 다시 조리한 듯 한데 거부감없는 맛이었고 오늘도 나온 음식을 모두 먹었다.
낮잠을 잤고 일어나 이것저것 하다보니 오후 투어 할 시간이 되었고 다시 공원으로 향했다. 오후 투어에 기대되는 동물은 안경원숭이( Spectral Tarsius )였다. 이동 중에 그때그때 눈에 띄는 몇 종류의 조류들을 보았지만 어디까지나 주목적지는 안경원숭이가 사는 서식지였다.
16:30분 부터 시작 된 오후투어는 열대우림에 둘러싸여 있는 탓인지 금방 주위가 어두워졌다. 어둑한 길을 따라 얼마간 가니 5-6명의 사람이 모여있는 장소가 나왔다. 앞서 자리를 잡은 그들 주위에 서서 다함께 이제 막 잠에서 깨어 활동을 시작한 듯 나무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안경원숭이를 보게 되었다.
안경원숭이의 서식지가 밀림에 꼭꼭 숨어 있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오전 투어 중에 한두번은 스쳐지났갔을 그런 평범한 나무에 존재했고 그들이 보금자리로 삼는 곳의 높이도 2-3m 정도 높이 밖에 되지 않았다. 단지 그들이 쉽게 눈에 띄지 않은 것은 야행성이라 낮에는 안보였을 뿐이었다.
안경원숭이는 걸어서 이동을 하기도 하지만 순간적으로 점프를 하는데 2m 정도는 쉽게 점프를 하는 듯 했다. 우리의 시각이 어둠 속에서는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고 우리는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가서 맥주를 주문했다. 이곳에서는 맥주는 곧 빈땅맥주를 의미하는가 보다. 맥주를 주문하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냉장고에서 충분히 냉각 된 Bintang 맥주와 역시 충분히 냉각 된 맥주잔이 내어져 온다. 냉각된 맥주와 맥주잔만 봐도 인도네시아의 더위가 가시는 것 같다.
빈땅 맥주의 경우 하이네켄이 지분 100%를 소유한 인도네시아내의 자회사가 생산하는 맥주이고 인도네시아 내에서의 점유율은 60% 정도 된다고 한다. 빈땅(Bintang)이라는 단어는 인도네시아어로 별을 의미하는데 그래서인지 맥주병에 붉은별이 커다랗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녹색병하며 하이네켄의 느낌이 스며있는 듯 한데 맥주 맛도 깔끔하니 괜찮은 편이다.
갈증 때문인지 더위때문인지 맥주를 짧은 시간에 들이키고 나니 저녁을 내어온다.
스프는 계란과 얇게저민 쇠고기, 옥수수 등이 들어간 스프였고 메인 요리는 가지구이와 소고기 볶음이었다. 나름 요리 이름이 있을텐데 그냥 재료를 기준으로 적어봤다.
가지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구운 가지 위에 소스를 뿌린 이 요리는 정말 맛있는 요리였다. 2주간 머물렀던 인도네시아에서 먹은 요리 중 단연 최고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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